별일이라는게 by 찡보미

20살땐 별게 다 별일이었다.

근데 이별앞에서 내일 모레 30을 바라보는 지금도 별게 다 별일이다.


이제는 더이상 내 핸드폰에 남을일 없는 너와의 통화목록을 

지우지 못하는 것도

니가 어제밤 꿈에 나온 것도

늦잠을 자고싶은데 니생각에 더이상 잠들지 못하는 것도

너와 정리를 한 날이 아직 2주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어쩜 내 일상은 너를 지워내면서 너를 기다리는 감정의 지뢰 밭이 되어버린것도.

매일매일 별게 다 별일이다. 


잘지내 by 찡보미

나는 너에게 잘지내구~ 갑자기 뜬금없이 결혼하면안되~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고 

너는 나한테 잘지내고 있어~ 나중에 아주 나중에 연락할게. 니가 받아줄진 모르겠지만.

마지막을 잊지않으려고 여기에 기록한다.

그렇게나 울었었는데 막상 니앞에서니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뜨고 울컥했지만, 이젠 나를 보듬어 주고 사랑해 주려한다.

그래도 문득 어제 나눴던 대화들이 떠올라서 아직은 힘이든다.

몇일 사이에 수척해진 니 얼굴과 어두운 표정을  보고 손을 한대 툭치며

'오빠 내가싫어?'라고 물어보는 나에게

'넌 내가 지금 싫어서 그런 모진말 하는거야?'라는 대답에

'아니'라는 대답을 했다.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지만 매번 이별할때마다

나는 성숙해지고, 좋은 이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만남은 이루어지면 축복이고, 아팠으면 경험이라는 내말을 듣고

오빠는 '넌 그런걸 어디서봐? 외우는거야?'라고 물었었는데

'드라마에서 봤어, 그리고 나는 이걸 외우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니깐 기억하는거야'

라는 대답에서 나는 내가 굉장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 될 것 같아서 후회가 없다.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길목에서 나는 뒤돌아 보지 않으려했지만, 

결국은 뒤돌아서 나 가는 모습을 보는 너를 봤고. 아마 마지막이겠지.

인연이면 또 만나리라. 2015년 이사람이 탄 지하철을 내려 나는 뒤도 보지않고

갔었지만 또 봄처럼 나한테 니가 왔던 것 처럼.

자꾸만 회상하기 by 찡보미

오늘 넌 이자리에 왜 나왔어? 라고 니가 물었고

아마 그때부터 엿같은 우리 사이는 시작이된 것 같다.

'그때 내가 그렇게 가버린게 오빠한테 미안했고, 그렇게 웃기게 헤어진것도 미안했고,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고, 또 우린 원래 잘 맞았으니깐 또 만나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깐

궁금하고 미안하고 보고싶어서 나왔어.'

각자 미안한 마음을 1년 가지고 연락도 없이 살던 우리가

다시만나 마주앉았다.

이태원의 굉장히 이국적인 물담배를 할 수 있는 술집이었는데,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두사람이 갔으니 각자 물담배를 할때

교대로 갈아끼워가며 꼽을 수 있는 마개? 같은 것을 줬는데

그남자는 나랑 몇마디를 나눈후에 더이상 갈아끼는 귀찮은 짓은 하지않고

우린 하나로 번갈아가며 물담배를 피고 이야기를  나눴다.

뭐 햇수로는 2년전, 뭐 안본 기간으론 1년이지만 둘사이에 있는 암묵적인 친밀함에서

나온 행동이다 싶으면서도 이새끼 봐라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꽤나 긴시간동안 서로에게 연락을 할 수 없었던 이유

미안했던 마음 궁금했던 마음을 다 털어놓았다.

그러다 '나도 피게 물담배좀 나도 줘'라고 손을 뻗는 순간

미안했던거 악수하고 우리 이렇게 털어버리는 거냐며 악수를 하자는 니말에

'아니~ 물담배 달라구~'하면서 니손에 내손을 얹었다.

씨발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했구나, 그래 

모로코 풍의 되게 이쁜 술집 이었는데

거기서 나는 세상 힙하고 예쁘고 쿨하고 섹시하고 귀엽고 새침한 여자였고

너는 내 기억속에 있던 것 보다 훨씬 멋진 모습이었다.

개같게도 내가 그애 손에 손을 척 올리고 여우같은 미소를  띄웠던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너는 나한테 단발머리가 예쁘다 했다. 

나는 내가 더 이뻐져서 심란해서 어쩌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밤은 깊었고, 우리는 '너 집에가야해?'라는 말은 더이상 하지않기로했다.

취객과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과 뭐 여러 사람들 속에서 난 슬쩍 팔짱을 꼈고

그렇게 또 손을 잡고 시작해 버렸다. 


또 이별 by 찡보미

남자친구랑 헤어진 후에 나의 습관은

우리집 욕실에 있는 그의 칫솔로 욕실의 묵은때를 벗겨 내는 행위이다.

마치 의식처럼 썽이난 사람마냥 그의 칫솔로 화장실 청소를 한다.

변기며 타일이며 사이에 쌓인 묵은때를 힘껏 문지르며

너에대한 내 기억도 다 씻겨내려가길 바라면서.

혼자 살기 시작하고 지난 몇년간 저런 짓을 몇번 해봤지만

딱히 효과는 없었다.

사실 칫솔로 묵은때를 청소하는 의식을 치룰만큼

대단했던 사람은 고작 세명? 정도였던 것 같다.


이번엔 좀 달랐다. 

정중하고 예의바른 이별이었지만, 어느때보다 아쉬움이 커서

헤어졌음에도 헤어졌음을 인정하지 못했다.

칫솔을 바라만 보며 하루가 흘렀다. 

칫솔로 욕실 청소를 해버리면 정말로 그사람이 행여나

다신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결국엔

칫솔로 욕실청소를 해버리면 좀 나을까 싶어 드디어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왠걸 병신마냥 욕실 청소를 반도 못하고 주저 앉아 울었다.

그리곤 곧장 전화기를 붙잡고 누구라도 내이야길 들어줄 친구의 번호를 찾았다.

전화를 걸어주면 당장 달려와줄 친구 몇명과 수화기 넘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이야기를 친구들을 다 제치고 200명 정도되는 전화번호 중에서

문자를 보내고싶은 사람은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은 그사람 한명 뿐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일인가 싶다.

분명 지난주 이시간에 우리는 그게 마지막일지도 모르고 쓸데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헤어짐은 by 찡보미

헤어짐은 왜 익숙해 지지 못하는 건지

몇차례의 연애를 했고, 몇차례의 사랑을 해봤다.

근데 이별은 헤어짐은 언제나 새롭다.

도대체 내 몸 어디에서 이렇게 많은 눈물이 나와

쏟아지는지 알수가 없다.

누군가를 사랑한 만큼 눈물이 나는거라면

항상 매번 그 사랑이 최고의 사랑이었던 것같다.

눈물이 나도 슬퍼도 내가 해야할일은 할 수 있을 줄 알았고

20대 후반의 연애는 이렇게 찌질하고 가슴아프지 않을 줄 알았다.


나도 헤어져봐서, 연애해봐서 안다.

눈물이 지나가면, 이별이 인정이되고, 그럼 그사람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리라.

그렇다면 그냥 시간을 보내면 괜찮아지는 날도 옱텐데.

쏟아지는 눈물이 당황스럽고, 무섭고, 이별을 인정하기 싫은 이 마음은 뭔지.


진짜 많이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만큼 표현하지 못했고

그사람의 마음을 많이 받지도 못했다.

너무 슬퍼서 맘이아파서, 눈물을 흘리느라 

마지막 그사람의 말이 기억이 안나는게 또 왜이렇게 비통한지.

아프고 찌질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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